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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사랑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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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ocutting Date : 2003/12/01  Hit : 4332  Recommend : 1115   
 사랑으로 비추는 한줄기 불빛, 등대의 집

살며 사랑하며... ③

사랑으로 비추는 한 줄기 불빛, '등대의 집'


목련꽃 소담하게 핀 4월의 어느 날, 편집실로 한 장의 팩스가 날아왔다. 열렬한 독자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 분은 '천사를 보았다'며 그 천사를 소개하면 좋을 것 같다는 사연이었다. 다음 날, 부슬부슬 내리는 비에도 아랑곳없이 기쁜 맘으로 천사가 산다는 충남 천안으로 향했다. 천사가 사는 집은 다름 아닌 천안시 직산면 판정리 46-13에 위치한 '등대의 집'이라는 곳이었다. 막 현관문을 들어서자 고소한 음식 냄새가 온 집안에 진동했다. 마당 한쪽에선 배추를 다듬고 주방에선 김밥을 싸고 빈대떡을 부치는 등 요리를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무슨 잔치날인가 싶어 여쭤보니 바로 내일이4월 20일, 장애인의 날이기에 가까운 유원지로 봄 소품 갈 준비중이라며 환하게 웃는 이 분이 바로 독자가 추천한 천사, 이연순 원장이다.

이 '등대의 집'은 이 원장과 총무외에 총 19명의 정신지체장애인들이 생활하고 있다. 1998년 12월 장애인들의 손발이 되어 평생을 살겠다고 다짐하면서 하나 둘 씩 인연을 맺은 장애인들과 생활하며 상황이 여의치 않아 여기저기 옮겨 다니다가 1991년 지금 이곳 70여 평의 건물에 둥지를 틀게 됐다. 이렇게 다함께 살 수 있게 되기까지 참 많이도 고생했고 우여곡절도 많았다.

처음엔 동네 주민들이 그리 반가워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럴 것이 고통을 호소하며 밤새 울어대거나 옷을 벗은 채로 밖으로 나다니는 아이들 때문에 이 원장은 주민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아야 했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오늘날에는 동네 주민들은 이 원장에게 농사지을 땅까지 빌려주며 이사가지 말고 영원히 함께 살자고 부탁한다. 이렇게 된 데에는 이 원장의 눈물겨운 노력이 있었다. 동네의 몸이 불편한 노인을 정성으로 돌보고 궂은 일이면 마다 않고 나서는 이 원장에게 동네 주민들은 하나 둘 씩 마음의 문을 연 것이다.

'등대의 집'은 법인이 아닌 개인이 꾸려가는 살림이다 보니 형편이 그리 넉넉한 편은 아니다. 지금 '등대의 집'은 동네 주민이 빌려준 땅에 포도농사와 깨 농사를 지으며 그 외에 농민대출을 받아 운영하고 있다. 형편은 쪼들리고 부족하지만 늘 웃음은 끊이지 않는다. 두 달 전에 새로온 동신이는 이제 18개월밖에 안된 막내라서 식구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한다. 13살 소라는 뇌성마비라서 말은 할 수 없지만 들을 수는 있다. 머리가 좋아 뭐든지 하고자 하는 노력이 보여 요즘 이 원장은 소라에게 공부를 가르쳐 줄 자원봉사자를 찾고 있다. 자폐아인 지우는 요즘 볼일을 보고 그것을 온 몸에 바르고 뒹굴고 해서 가끔 소란을 피우지만 이 원장은 이 모든 것을 사랑으로 감싸안는다.

"아이들이 어지럽힌 곳을 쫓아다니며 치우다보면 어느새 하루가 가요. 장애인을 너무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안타까워요. 하지만 장애를 일부러 선택하는 사람은 없잖아요. 마음이 장애인 사람 앞에서 몸이 장애인 것은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죠."

그렇다. 장애는 누구도 선택하고 싶지 않은 삶일 것이다. 더불어 장애인과 함께 하는 삶 역시 어려운 삶이다. 이 어려운 삶을 용기있게 선택한 이 원장은 이 곳에서 자신의 손녀도 함께 키우고 있다. 아이들이 '엄마'라고 부르는 이 원장을 닮아서인지 비록 몸은 불편하지만 초롱초롱한 눈망울이 너무나 맑아서 이 곳은 천사들만 모여사는 곳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내일 가족 소풍을 하늘도 아는지 '등대의 집'을 나설 땐 언제 비가 내렸나는 듯 하늘도 활짝 개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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