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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ocutting Date : 2003/11/06  Hit : 5073  Recommend : 1116   
 석공 홍덕희


돌과 정으로 살아온 20년

석공 홍덕희

 

툭....탁....툭....탁...."

조금은 격양된, 조금은 둔탁한 음조로 그러나 일정한 간격으로 온 산에 울려 퍼지는 이중주 화음.
정을 잡고 망치를 잡은 석공의 손엔 세심한 힘이 들어간다.
화강암의 외벽이 얇게 떨리며 떨어져 나가고 돌과 마주앉아 망치를 두드리길 20년,
이제 그 석공의 앞에 그만큼의 삶이 담긴 조각품이 태어난다.

 


경주가 아닌 지리산에 석굴암이 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지. 남원에서 인월면을 거쳐 뱀사골을 옆으로 하고 마천을 거쳐 칠성계곡 쪽으로 접어들면 작은 암자와 만난다. 바로 벽송사(壁松寺)와 서암(西庵)이다. 지리산 자락에 많은 절이 있지만 벽송사는 그리 유명한 사찰은 아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이 곳엔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그 소문인 즉, 지리산에 석굴암이 있다는 것인데 그것은 바로 벽송사 옆 암자인 서암의 굴법당이 바로 소문의 근원지이다.


굴 속에 법당을 꾸몄다하여 굴법당인데 화엄경의 진리를 형상화한 정교한 조각이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서암 굴법당은 벽송사 주지를 지냈던 원응(元應) 큰스님이 원력을 내어, 14년 전부터 조성하기 시작했다. 스님은 화엄경 82권의 금 글씨 필사를 시작하는 한편, 전국에서 이름난 석공들을 불러모아 화엄경의 일화들을 형상화한 그림을 조각하게 했다. 그러나 석공들은 대다수 중도 포기했고 그중 홍덕희 씨(43)만이 홀로 남아 작업을 마무리했다.

홍씨는 91년 처음 이 작업을 시작할 무렵 서른세살 이었으나 작년에 마흔을 훌쩍 넘어 이 일을 끝마쳐 꼬박 10년의 세월이 걸린 것이다. 그의 30대를 모두 바친 불후의 명작 서암 굴법당 불상 조각. 실내면적은 20평, 높이 4m의 벽면을 불경에 나오는 수많은 인물들과 얘기들로 섬세하게 조각되어 있고, 병렬식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들이 모여 하나의 거대한 설화를 이루고 있다. 처음엔 얼마나 걸릴 지 까마득하기만 했으나 점점 일에 빠져들면서 평소 무언가 남기고 싶었던 그의 염원이 바로 이 굴법당 조성이었구나 하는 숙명 같은 것을 느끼고 지난 10년 동안 아내를 비롯한 가족은 물론, 절친한 친구들도 일체 찾아오지 못하게 하고 혼신의 힘을 기울였다고 한다. 자칫 작업의 흐름이 깨질까봐 한번 일이 잘되면 2, 3일 밤을 새우는 것은 일수였고, 자칫 실수하면 다시 복구할 수 없는 자연암석에 직접 연장을 갖고 조각한다는 것은 그만큼 한 치의 실수도 용납할 수 없는 어려움인지라 10년 내내 긴장감을 떨치지 못한 채 생활했던 홍씨는 석공으로서의 자긍심과 불심이 없었다면 힘든 일 이었다고 회상한다.

충남 서천이 고향인 그는 중학교 졸업 후, 충남 웅천의 석재공장에서 비석이나 망부석 등 석물을 제작하면서 석공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73년 시작하여 3년 뒤쯤 서울에 올라와 수출용 석물을 제작, 그러다 독실한 불교신자인 어머니 덕에 자연스레 석불(石佛)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한 작품을 만드는데 자그마치 10년 동안 걸리는 일, 그의 이런 성실함과 인내심은 '82 전국 석공예기능대회 금상, 89지방대회 명장 금상 수상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사람으로 태어났으면 뭔가 이 세상에 온 흔적 하나는 남겨야 하지 않겠냐며 죽을 때까지 있는 힘을 다해 불상을 조각할 것이라는 그는 묵묵히 웃으며 오늘도 연장을 챙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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