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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ocutting Date : 2003/11/06  Hit : 5410  Recommend : 1414   
 수의(壽衣)만들기 장인 한영섬


수의 만들기에 바친 60평생

한영섬

 

"산다는게 그런거지, 수지맞는 장사잖소. 알 몸으로 태어나서 옷 한벌을 건졌잖소..."
이 세상에 태어나 죽어서 가져갈 수 있는 유일한 한 가지가 있다면,

그건 아마 임종 후에 입게 되는 수의(壽衣)일 것이다.

마지막이기에, 두 번 다시 입을 수 없는 옷이기에 더욱 정성스러워야 하는 옷, 수의.

떠나는 사람의 마지막 모습을 위해 정성을 들여 수의를 만드는 것만큼 아름다운 일이 또 있을까...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거역할 수 없는 지극히 당연하고 평범한 진리, 우린 언젠가는 죽는다는 사실.. 그 사실 앞에 간혹 삶의 무상함을 느끼기도 하지만 마지막 순간엔 누구라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만 한다.

잘났건, 못 났건, 돈이 많건, 돈이 없건 간에 한평생 살다간 삶의 마지막 순간엔 누구나 공평하게 수의 한벌만을 입고 갈 뿐이다. 더 이상 어떤 욕심이나 미련을 가질 수도 없고 가져서도 안된다. 수의는 그런 의미에서 우리에게 무소유의 의미를 담아 겸허하게 다가오는 옷임에 틀림없다. 여기 이런 마음가짐으로 한 평생 수의만을 만들어 온 사람이 있다.

어려서부터 친할아버지의 어깨너머로 자연스럽게 수의를 보고 배우면서 자랐다는 한영섬(77)할머니. 유난히 손끝이 야무지고 단정한 그녀를 할아버지는 맘에 들어하셨다. 그때 나이 15살, 그 조막만한 손으로 치수를 재고 마름질을 하며 그렇게 차근차근 전수를 받았다. 올해로 수의 만들기 꼭 62년째. 한 할머니에게 있어 수의란, 죽을 때 입고가는 옷 이상의 의미가 있다. 할아버지의 일을 물려받은 것, 그리고 이생을 마감하고 떠나가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지켜주는 것, 그래서 덜 쓸쓸하지 않게 영혼을 위로하는 작업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한 벌의 수의에도 온갖 정성을 쏟는 한 할머니는 일단, 수의를 만들기 전에 일단 몸을 청결히 하고 방 청소를 깨끗이 한 후에 베 앞에 앉는다. 수의를 만드는 동안 그 옷을 건너다녀서도 안되고 머리카락이 빠져도 안되기에 꼭 수건을 쓰고 바느질을 한다. 수의 한 벌 만드는데엔 베 200자가 필요하다고 한다.


"지금 젊은 사람들이 머 알어? 어떤 이들은 감을 끊어와서는 살어서 입구 댕길거 아니니께 좀 적으문 어떠냐구 되는 대루 해달라구 허는디 난 그렇게는 못혀. 가는 마당에 제대로 입혀서 보내야지, 그래야 내 맘이
편혀."
지금은 눈이 많이 침침해져서 예전처럼 수의를 많이 만들지는 못한다.


"이 재봉침이 나허구 같이 늙은거여. 내 오랜 친구 같어..."
흰 머리를 쓸어 넘기며 낡은 재봉틀을 지긋이 바라보는 할머니의 머리카락도 수의처럼 하얗게 새어 있었다.


"하루종일 이걸 꼬매다 보면 별별 생각이 다 들어. 굳이 바득바득 살 필요가 없다 싶구, 사는게 참 우스워.."

당신의 손으로 직접 만드신 자신의 수의를 보며 주시면서 쓸쓸하게 웃으시던 할머니의 목소리가 귓전에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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