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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속의 종이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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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ocutting Date : 2003/12/01  Hit : 4673  Recommend : 1030   
 회수된 모든 회수권들을 기억하라!

추억 속의 종이를 찾아서...

회수된 모든 회수권들을 기억하라!



오래 전의 일이다.서점에 들러 책을 보다가 꼭 사고 싶은 책이 있어서 아무 생각없이, 있는 몇 백원까지 툴툴 털어 책을 사버렸다. 그리고 몹시 만족해하며 집에 가려고 버스정류장에 서 있는데, 아뿔사... 버스비가 없는 것이었다. 책 사는 것에 정신이 팔려 버스비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 버스정류장에서서 어쩔 줄 몰라하며 지나가는 버스만 바라보고 있는데 아...
그때는 정말 한 장의 회수권만 있었으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겠다고 간절히 생각했다. 그러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방을 뒤져보니 찢기고 구겨진 채로 가방 밑바닥에 쓰레기처럼 버려져 있는 회수권 한장을 발견했을 때의 기쁨이란... 그 후론 그렇게 회수권이 절실해 본적은 없었던 것 같다.앞으로도 또 그렇게 회수권이 소중하게 생각될 날이 있을까...



언제부터 회수권이 처음 생겼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아마 버스가 생기고 대중교통의 한 수단으로 자리잡으면 회수권이라는 것이 만들어졌을 것이다.
회수권하면 맨 먼저 떠오르는 것이 파란 유니폼을 입은 차장언니의 허스키한 음색과 그 언니의 손가락에 끼어 있던 고무 골무가 떠오른다. 회수권을 한 장씩 밀리지 않도록 잘 받고, 잘 세기 위해 손가락에 고무 골무같은 것을 끼고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참 투철한 직업의식이 아닐 수 없다.
아무리 비좁은 버스라도 한 사람씩 제끼고 지나가며 안 받아내는 사람 없이 일일이 회수권을 다 받아내는 차장언니,허나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는 법, 가끔 운이 좋아 나를 건너뛰고 지나칠 땐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혹 다시 돌아와 나에게 표를 받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눈이 마주칠세라 창 밖만 바라보고 있었던 기억도 있다.



또 아무리 차가 흔들려도 차장언니는 절대 넘어지는 법이
없었다. 어찌 그리 균형을 잘 잡을까 참으로 신기했다.
그리고 간혹 회수권 대신 돈을 내게 될 때는 우린 회수권 대신 돈을 내면서 차장언니를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저 돈을 정말 운전사 아저씨에게 제대로 전해줄까? 너무 바쁘면 그냥 자기가 갖지 않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런 발상을 했었나 참 우습기만 하다. 어쨌거나 그 당시의 회수권은 그만큼 현금대용의 가치가 있었다. 친구에게 꾼 돈을 갚을 능력이 없으면 그만큼의 회수권을 주면 그만이었고, 받는 사람도 어차피 자신도 사서 써야 하는 회수권이었기에 나름대로 큰 불만은 없었다. 그리고 가장 만만한 것이 회수권이었기에 무슨 내기같은 것을 할때는 으레 회수권을 걸곤 하였다. 그리고 내기에 져서 회수권을 모두 잃으면 또 회수권을 꾸고, 또 회수권으로 갚고...회수권이 학생들에겐 그야말로 현금과 전혀 다를 바 없는 가치가 있는 것이었다.
그 후로 1977년 토큰이 처음 선을 보였다. 토큰은 동색과 은색,2가지가 있었는데 해마다 다르게 사용되었다. 난 왜 해마다 토큰 색깔이 다를까 의아했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당연한 것이었다. 예를 들어 올해 은색으로 사용된 토큰을 쓰면 올 말에 그 은색 토큰을 모두 수거해 제대로 회수되었는지 계산하고 세척, 정리할 동안 다음해엔 바로 동색 토큰을 사용하고 또 다시 은색, 동색 그렇게 번갈아 가면서 사용된다는 것이었다. 토큰 역시 학생들에겐 회수권처럼 현금대용으로도 가능했다. 그런데 토큰을 살 때는 하나씩 사면 괜히 판매소 아저씨의 눈치가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잔돈을 몇십원까지 챙겨줘야 하니 어떤 판매소에서는 아예 천 원어치씩 그렇게 팔기도 했다. 그러다 1999년 4월부터 서울시가 요금수입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함이라는 명목을 내세워 버스 토큰의 신규공급을 중단하고 버스카드를 이용한 요금 지불을 적극 권장하고 나섰다.


어떤 이유든 간에 그냥 정산기에 버스카드만 대고 신호음이 울림과
동시에 요금이 빠져나가니 운전사도 신경 안써서 좋고, 승객 이장에서도 주머니 무겁게 토큰 넣지 않고 다녀서 좋게 되었다.최근 뉴스를 보니 회수권을 파는 판매소가 4곳 중에 한 곳 밖에 없다고 하지만 아직 서울시내의 학생들은 회수권을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시골에 가도 회수권은 아직 존재한다. 그런데 문득 회수권을 떠올리다 보니, 왜 버스표만 회수권이라고 부르는 것일까 생각해본다.
기차표,배표,항공표,전철표, 이 모든 표들을 통틀어 승차권이라고 할 수 있는데 왜 회수권이라는 말이 나왔을까. 이런 모든표들도 회수하는데, 그렇다고 비행기회수권,기차회수권, 전철회수권이라고는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아무튼 어떤 히수구너이라도 '버스회수권'이라는 말보다 더 이상 잘 어울리는 말은 없는 듯하다.
용돈이 많지 않던 학생시절,친구에게 꾼 돈을 회수권으로 갚기도 하고 또 받는 사람도 어차피 사야 할 회수권이었기에 큰 불편 없이 회수권으로 주고받는 것은 하나의 풍조가 되어버린 적이 있었다. 그러다 필요충분조건에 의해 급기야 회수권을 위조하는 친구들까지 생기게 되었다. 그렇다고 모든 학생들이 다 그런것은 아니다. 아주 가끔, 아주 가끔 이런 K같은 학생들이 있었을 뿐이다. 나에겐 K라는 친구가 있다. 머리가 나쁘진 않은데 가끔 하는 짓이 하도 엉뚱해서 우릴 놀라게 했던 K, 지금은 모 대기업에서 신발디자인을 하고 있다고 해서 다시 한번 우리를 놀라게 했던 K, 여하튼 ‘회수권’하면 난 K에 대한 엽기적인 기억을 떨쳐 버릴 수 없다. 고등학교 다닐 때의 일이다. 난 K를 비롯해 그 외 죽이 잘 맞는 몇몇이서 함께 몰려다녔는데 우린 서로 반이 달랐기에 교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함께 집으로 가곤 했다. 어느 날 하교 후 K, 그리고 우리 일당들은 언제나처럼 버스정류장으로 가는 내내 선생님 얘기부터 시작해서 누가 뭘 어떻게 했다는 둥, 각자 자기네 반에서 있었던 시시콜콜한(그러나 당시엔 몹시 중요하고 심각한 얘기라고 생각됨) 잡담들을 나누며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잠시 후, 버스 매표소 앞에서 K는 회수권 10장을 샀다. 그때의 회수권은 누런 백로지같은 종이에 가로가 길고, 세로가 짧은 직사각형의 회수권으로 학생표는 10장씩 호치케스로 묶음을 해서 팔았다. 이윽고 버스가 도착해 우린 각자의 회수권을 한 장씩 회수권 함에 넣고 버스에 올라탔다.


나에겐 K라는 친구가 있다. 머리가 나쁘진 않은데 가끔 하는 짓이 하도 엉뚱해서 우릴 놀라게 했던 K, 지금은 모 대기업에서 신발디자인을 하고 있다고 해서 다시 한번 우리를 놀라게 했던 K, 여하튼 ‘회수권’하면 난 K에 대한 엽기적인 기억을 떨쳐 버릴 수 없다. 고등학교 다닐 때의 일이다. 난 K를 비롯해 그 외 죽이 잘 맞는 몇몇이서 함께 몰려다녔는데 우린 서로 반이 달랐기에 교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함께 집으로 가곤 했다.
어느 날 하교 후 K, 그리고 우리 일당들은 언제나처럼 버스정류장으로 가는 내내 선생님 얘기부터 시작해서 누가 뭘 어떻게 했다는 둥, 각자 자기네 반에서 있었던 시시콜콜한(그러나 당시엔 몹시 중요하고 심각한 얘기라고 생각됨) 잡담들을 나누며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잠시 후, 버스 매표소 앞에서 K는 회수권 10장을 샀다. 그때의 회수권은 누런 백로지같은 종이에 가로가 길고, 세로가 짧은 직사각형의 회수권으로 학생표는 10장씩 호치케스로 묶음을 해서 팔았다. 이윽고 버스가 도착해 우린 각자의 회수권을 한 장씩 회수권 함에 넣고 버스에 올라탔다. 버스에 올라서도 우리의 얘기는 그칠 줄 몰랐다. 한참 재미있게 얘기하고 있는데 갑자기 운전기사 아저씨가 거울로 우리를 바라보더니 K에게 “야, 넌 표 안내?”라고 말씀하셨다. 우린 일제히 K를 바라보았다. 버스 손잡이를 잡고 있는 K의 한 손엔 회수권 한 장이 들려있었다. 시선이 주목되자 민망했던 K는 얼른 회수권을 넣고 다시 얘기에 열중했다. 얼마나 갔을까? K가 문득 생각난 듯 말했다.
“야, 내 회수권 어디 갔냐?” 알고 보니 K는 버스를 타면서 10장 중에 1장을 떼어 손에 들고 9장 묶음된 회수권을 회수권함에 몽땅 넣은 것이다. 그래서 한 장을 손에 들고 있었던 것인데 운전기사 아저씨가 소리치는 바람에 놀라 그 나머지 한 장조차 넣어버린 것이었다. 10장을 사서 한번에 날려버린 K는 무지하게 속상해하며 헤어졌다. 다음 날, K는 학교에 와서 쉬는 시간에 뭘 열심히 그리는 것이었다(참고로 K는 미술부였음). 가까이 가서 보니 회수권을 그리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손으로 막 구겨서 좀 그럴 듯하게 보였다. 그런데 어찌나 감쪽같이 그렸는지 첨엔 9장만 그린다더니 우리가 옆에서 막 부추기는 바람에 한 50장은 그린 듯했다. 그러다 주문이 쇄도하고 결국 그린 회수권을 반값에 아이들에게 팔기까지 했다. 그 위조도 잠시, K는 또 새로운 방법을 발견해냈다. 회수권 10장을 모두 끝 부분만 조금씩 오려내어 그 오린 조각을 모두 붙여서 회수권 한 장을 더 만들어냈다. 10장으로 11장의 회수권을 만들어냈던 엽기적인 K의 행각은 고등학교 끝날 때까지 계속 되었고 아마 지금까지 회수권이 있었다면 그의 새로운 회수권 위조 방법은 계속 되었을 것이다. 쭈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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