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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속의 종이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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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ocutting Date : 2003/12/01  Hit : 6498  Recommend : 1347   
 행복과 슬픔이 스며있는 종이, 창호지

추억 속의 종이를 찾아서...

행복과 슬픔이 스며있는 종이, 창호지

초가을의 연중행사 창호지 울력
겨울바람 황소바람 막아내려고
문살에 꼼꼼히 창호지를 붙입니다.

손잡이 부위엔
빠알간 단풍잎 따다 장식을 하고
모서리 부위엔
삼각형 종이 오려 모양을 내지요.

양지에 널어놓아 햇살을 받으면
바삭바삭 마르는 창호지에 마음은 흐믓하고요.
눈시린 하얀색 창호지에 눈동자는 맑아지지요.

- 원성스님, "창호지 붙이기 울력" -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여러 형태의 문(門)을 들락날락한다. 유리문, 나무문, 쇠문, 그 밖에 여러 형태의 인테리어 문들.. 그런 건물의 창(窓)에는 으레 일명 슬라이딩 도어즈라고 하는 한번 살짝 밀면 스르륵 끝까지 밀고 닫히는 샤시로 된 창들이 걸려 있다. 이렇게 점점 세련되어지는 인테리어 문들로 인해, 점점 보기 어려워지는 것이 있으니 바로 창호지를 바른 창과 문이다.

창호지로 바른 문이나 창들은 우리의 주택형태가 한옥에서 양옥으로 바뀌면서 이제 시골에서도 좀처럼 보기 어려워졌다. 그렇다면 정녕 창호지로 만든 문은 달빛 깊어가는 가을 밤 낭랑하게 글 읽는 선비의 음성이나 아낙의 시름 담긴 다듬이 소리와 함께 실루엣으로 처리되는 사극에서나 볼 수 있게 되는 것일까...

지금은 점점 잊혀져가고 있지만 우리 조상들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한지(韓紙)는 세계적으로 아주 우수한 종이이다. 문방사우(文房四友) 가운데 하나일 정도로 우리 생활과 친숙하게 지내온 존재이기도 하다.

한지는 용도에 따라 부르는 이름이 다르다. 문에 바르면 창호지, 족보·불경·고서의 영인에 쓰이면 복사지, 사군자나 화서를 치면 화선지, 솜털이 일고 이끼가 박힌 채 연하장·청첩장 등을 만들면 태지 등등으로 쓰임에 따라 여러 이름으로 불리운다. 그 가운데서도 창호지는 우리 일상생활과 인연이 가장 깊고 한국인의 정서가 가장 많이 배어있는 종이다. 그래서인지‘문(門)종이’라고도 불리는 창호지에 얽힌 이야기나 설화는 우리 고전 속에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이 등장하기도 한다.

신방의 첫날밤, 창호지는 손가락에 침을 발라 소리나지 않게 구멍을 뚫어놓고 밤새 신랑신부를 엿보려는 동네 사람들의 짓궂은 호기심으로 수난을 겪기도 하고, 따사로운 아침엔 은은한 햇살을 실내에 끌어들여 방안의 분위기를 화사하게도 하였으며, 밤에는 휘영청 밝은 달빛을 받아들여 그 운치를 더하기도 했다. 또 동지섣달 한겨울에는 매서운 찬바람을 막아내며 바람에 떨며 악기처럼 울어대던 문풍지 소리를 내기도 했다. 그 구슬픈 소리와 적막한 달빛은 집을 떠나온 사람들에겐 한층 더 애절한 고향생각으로 잠 못 들게도 하였을 것이다.

우리네 전통 한지는 그렇게 안에서 밖을, 밖에서도 안을 느낄 수 있으며 거기에 자신의 마음까지도 담아낼 수 있는 따스한 느낌의 종이로, 서양의 딱딱하고 단절된 문과는 그 차원이 다르다.

그렇다면 왜 옛 사람들은 창호지로 문을 발랐을까? 그것은 창호지가 보온도 되면서 호흡을 하기 때문에 보온과 통풍에 탁월하기 때문이다. 또 창호지는 직사광선을 확산광으로 만들어 방안 전체의 밝기가 일정하고 부드러운 광선으로 만들어 주어 실내 분위기를 안정감 있게 연출할 수 있다. 한마디로 간접조명방식이 아니면서도 그 이상의 효과를 내는 매우 우수한 조명계획인 것이다. 마당 쪽에 창을 내어 빛은 받아들이되, 창호지로 이를 걸러 받아들이는 지혜는 가히 놀랄 만하다. 반들반들한 유리와 달리 자연스레 숨을 쉬면서도 빛을 막아주는 아름다운 창, 창호지.

또한 이렇게 멋과 운치뿐만 아니라, 불국사 석가탑에서 나온 무구정광다라니경(국보 126호)이 1,300여 년의 세월을 버텨낸 것을 보더라도 한지의 내구성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그 질긴 생명력이 마치 우리의 역사를 대변하는 것만 같다. 그 질기고 단단한 속성만큼이나 창호지는 아주 힘든 공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창호지의 재료인 닥나무 삼기-일광표백-티 고르기-두드리기-씻기-뜨기-물 빼기-말리기-다듬이질 등 이렇듯 손 많이 가는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비로소 어렵게 탄생된다. 그런데 이렇게 귀하게 태어난 창호지가 최근 들어 값싼 중국산의 수입으로 인해 그나마 명맥을 유지해오던 것이 이제 그 자리를 잃어 간다는 안타까운 뉴스를 들은 적이 있다.
창호지가 우리에게 잊혀진다는 것은 우리의 고유한 문화 유산 한가지를 잃어버린다는 것과 같다. 더불어 창호지와 함께 했던 그 소중했던 추억들도 모두 잃어가는 것이겠지. 그래서 더 아련하게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는지 모르겠다.

이렇게 겨울이 마악 시작되려고 할 계절쯤이면 어머니는 날 좋은 날을 하루 택해 월동준비를 단단히 시작하셨다. 어머니가 하는 월동준비는 장 담그기, 김장하기, 솜을 타서 홑청에 두툼하게 솜을 넣고 꼬매기 등이었다. 그 중에 해마다 겨울이 되면 시작되는 연례행사 그 첫 번째는 바로 창호지 문 바르기였다. 그때 우리동네에선 반장 집만 빼고 우리 집을 비롯한 대부분 집이 한옥이었다. 일단, 날이 좋은 날 어머니는 방 문짝을 모두 떼 내어 수돗가로 가지고 가서 창호지를 모두 떼어내셨다. 간혹 나무 틈 사이에 붙어 잘 떼어지지 않는 부분이 있기도 했는데 그럴땐 물에 담가두었다가 쇠수세미와 칼로 박박 긁어내면 말끔히 떼어졌다.그리고는 햇볕에 말리면 나무가 뒤틀린다며 창호지를 벗어 던져 문살만 앙상하게 남은 문짝을 바람 선선한 응달에 세워서 말리셨다. 반나절이면 물기가 쪼옥 빠진 채로 마르곤 하였다. 그 사이 밀가루로 풀을 쑤어 창호지를 문 크기에 맞게 잘라 문 위에 밀가루 풀을 발라 창호지를 다시 붙이셨다. 그때마다 어머니는 단풍구경 한번 안 가셨는데 어디서 구했는지 곱게 말린 은행잎과 단풍잎을 문종이 사이사이에 넣는 것도 잊지 않으셨다. 문 바르다 마시고 꽃잎이 참 곱다며 쓰다듬으시는 어머니는 마치 소녀 같기도 했다. 그렇게 꽃잎을 잘 넣어서 창호지를 덮으시고 울거나 구김이 가지 않도록 양쪽 끝에서 평평하게 잡아당기면 창호지 문 바르는 것이 끝난다. 어머니가 그렇게 문종이를 바를 때, 난 옆에서 '손가락을 대고 누르면 '쁑' 하면서 뚫리는 그런 문으로 어떻게 추위를 막을 수 있을까' 하고 혼자서 진지하게 고민했던 기억도 있다.

우리 집은 아니지만, 어떤 집에서는 창호지를 바를 때 유리를 끼어 넣기도 했다. 그러면 밖에서 인기척이 날 때 문을 열어보지 않고도 그 유리 틈으로 밖을 내다볼 수 있기 때문에 편리했다. 창호지를 바른지 며칠이 지나고 나면 특히 들락날락 하는 동그란 손고리 부분이 제일 먼저 시커멓게 때가 타기 일쑤였다. 그럼 어머니는 다시 그 부분에 종이를 덧대어 바르셨다. 겨울엔 추워서 밖에 나가 노는 것 보다 집안에서 노는 경우도 많았다. 유난히 극성스러웠던 나와 내 동생은 엄마만 안 계시면 온 방안을 뛰어다니며 놀았다. 서로 장난치며 끌어당기고 밀치고 하다가 넘어지고 자빠지고.. 그러다 창호지 문에 머리라도 받히면 그 부분이 뚫리지는 않더라도 종이가 늘어나게 되어 어린 마음에 엄마한테 혼난다며 펄펄 울기도 했다. 특히 문을 바른지 얼마 되지 않으면 어머니에게 추궁을 당하게 되는데, 그럼 무조건 내가 안 그랬어요. 동생이 밀어서 이렇게 된 거예요. 라고 우기고, 동생은 자기가 언제 그랬냐며 생떼를 썼다. 그렇게 늘어난 부분은 문살과 붕 떠 있어서 보기도 안 좋을 뿐더러 바람도 들어왔고 구멍도 쉽게 뚫리었다. 어머니는 할 수 없이 그 부분만 또 종이를 덧대었다. 그렇게 구멍이 슝슝 뚫릴 때마다 방문의 창호지는 군데군데 땜질하듯이 덧대어졌다. 그런 다음날은 아침햇살이 들면 땜질한 것들이 햇살에 만들어 내는 무늬를 보면서 가늘게 실눈을 뜨고 은은히 햇살을 즐겼다. 그렇게 창호지를 바르고 나서 부르르 떠는 문풍지 소리가 무서워 동생과 싸우며 어머니 품속으로 꼭꼭 파고들었던 겨울밤들..더 이상 문풍지 부르르 떠는 소리가 무섭지 않은데도 이제 어디서도 그 소리를 들을 수가 없다.




올 겨울엔
창호지로 만든 은근한 창 하나
마음에 내놓고 살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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