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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속의 종이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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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ocutting Date : 2003/12/01  Hit : 4814  Recommend : 1099   
 종이 한장의 꿈, 복권

추억 속의 종이를 찾아서... ⑩

종이 한 장의 꿈, 복권


맹세컨대, 사실 난 이 나이 때까지 복권을 한 장도 사 본적이 없다.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또는 약속장소에서 사람을 기다리며 심심풀이로 복권을 사서 벽에 기대거나 쭈그리고 앉아 열심히 긁어대는 이들을 보고 있자면 어제 밤에 무슨 굉장한 꿈이라도 꾼 걸까? 도대체 저 복권은 정말 당첨되기는 하는 걸까? 아무나 당첨되는 건 아니겠지? 정말 돈을 주긴 주는 걸까? 등등 의심이 많은 건지, 원래 운이란 지지리도 없다고 생각해서인지 복권에 대해 좋다, 나쁘다 따위의 아무런 느낌도 없이 그냥 지나치곤 했었다. 또 복권판매소를 지나다 ‘당첨 많이 되는 곳’이란 광고문구가 붙어있는 것을 보게 되면 피식 웃음이 나기도 했다. 정말 당첨이 몇 명이나 되었는지 통계라도 내어보았냐고 묻고 싶기도 했다. 명당자리라서 그런지 유난히 그 판매소 앞엔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것이 마냥 신기하게만 느껴졌다.

정말 복권에 당첨되는 사람들이 있는 걸까? 있다.

내가 중학교 때던가. 먼 친척 중에 이발소를 하시는 분이 계셨는데 어머니의 말씀으론 그 분이 복권 1등에 당첨되었다고 하셨다. 금액이 얼마였는지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나지만 아무튼 1등에 당첨되어 동네 잔치를 했다는 이야기도 들은 것 같다. 갑자기 그 분이 그 돈으로 무얼 하셨는지 궁금해서 어머니에게 여쭤보니 그 돈으로 이발소를 넓히거나 더 좋게 상황이 바뀐 건 아니고 뭘 했는지 어영부영 다 날려버리고 지금도 여전히 이발소를 하신다고 한다.
쉽게 들어온 돈은 쉽게 나간다는 말이 맞나보다. 어쨌든 복권에 당첨된다는 것은 고도의 기술이나 노력을 요하는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결코 쉬운 일이 아닌 것은 확실하다.
어느 설문기관의 통계를 보니 복권에 당첨된 이들의 공통점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체적으로 길몽이라 일컫는 꿈을 꾼 사람들이 지배적이라고 한다.
좋은 꿈을 꾼다고 다 복권에 당첨될까…… 그건 또 아니다. 운이 따라야 한다.
복권 한 장으로 인생이 바뀌어 버린 사람도 있다. 최근 신문기사에 평범한 여행사직원이 복권에 당첨된 후, 회사를 그만두고 그 돈으로 세계일주를 한다는 기사가 실렸었다. 그는 복권으로 인해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게 된 것이다. 어쩜 운명이었을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지금 이 시간에도 복권의 숫자를 하나하나 맞춰가며 부르르 몸을 떠는 이들이 있는 반면, 휴지통에 구겨 넣어버리는 사람도 있겠지……
한 장의 꿈 같은 종이, 복권. 누가 만들었을까? 참 신기하기만 하다.

복권의 유래

복권, 세계대백과 사전에 따르면 ‘공공기관 등에서 특정의 사업자금 마련을 목적으로 판매하는, 당첨금이 따르는 표(票)’라고 정의되어 있다.

복권의 기원은 로마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로마의 초대황제 아우구스투스(BC 63∼AD 14) 시대부터 고대 로마에서는 황제가 연회에서 손님들에게 추첨을 통해 다양한 상품을 나누어주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었다고 한다. 손님들은 음식값으로 돈을 지불한 계산서를 가지고 추첨을 받아 상품을 탔다.

로마의 5대 황제 네로(AD 37∼68)는 그의 제국의 영속성을 기념하기 위해 대중적인 추첨행사를 벌여 매일 직업, 땅, 노예 또는 선박 등을 나누어 주었다고 한다.

이렇듯 기록상 복권의 효시는 로마시대였지만, 근대적인 형태의 복권은 1400년대 네덜란드에서 시작되었으며, 1530년대 이탈리아의 피렌체 지방에서 세계 최초로 ‘로토’라고 불리는 복권이 나와 오늘날 복권의 효시가 되었다.

 

복권을 영어로 로터리(lottery)라고 하는 것은 그 어원이 이탈리아나 독일에서 표기하고 있는 로토(lotto)에서 나온 것이며 로토가 가지고 있는 의미는 추첨, 제비뽑기, 운명, 상품, 경품 등으로 다양하다.

16세기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처음 발행된 이 복권이 대단한 성공을 거두자 유럽전역으로 급히 퍼져 나갔다. 1530년경 역시 이탈리아의 플로렌스 지방에서 처음으로 당첨금을 현금으로 지급하는 번호 추첨식 복권이 시작되었으며 이후 중세 유럽에서는 한판 도박처럼 변하면서 도시전체가 상품으로 내걸린 일도 있었다고 하니 예나 지금이나 당첨이 되면 정말 인생이 바뀌는 건 시간문제일 수도 있었겠다.

 

중세를 지나 근세로 넘어오는 시기에도 복권은 사회발전에 유용한 수단으로 쓰였다. 당시 영국의 식민지이던 미국의 여러 도시에도 다양한 목적을 내건 복권들이 발행되었는데 17세기초에는 이미 복권이 재건상품을 줄이고 현금 통화유통을 촉진시키는 수단으로 널리 사용되었다. 또한 토지나 재산이 개인에게 너무 비싼 가격으로 처분되곤 하던 관행을 막는데도 이용되었다. 그러나 통제할 수 없는 무허가복권이 남발되자 1730년 이후부터는 사적인 복권 발행이 전면 중단되었다. 1740년에서 1755년 사이에 미국의 여러 지방도시들은 교회, 학교, 교도소, 도로, 항구, 다리 등을 건설하기 위해 50% 정도 민영화된 복권을 발행했는데 이 기금은 대학을 설립하는데도 사용되어 콜롬비아, 뉴저지, 예일, 하버드, 프린스턴, 플리머스 등 오늘날 잘 알려진 명문대학들을 탄생시킨 밑거름이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1990년부터 발행되어 인기를 끌고 있는 즉석복권의 원조는 스위스로 알려져 있으며, 여러 겹으로 접힌 봉함 속에 번호를 기재해 사전에 추첨한 당첨번호와 대조하여 당첨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이었다. 우리나라에서 발행되고 있는 긁어내기식(Scratch-off) 즉석복권은 1974년 미국에서 시작되어 전세계적으로 퍼져 나갔다.

 

한국 복권의 유래

우리나라에는 예부터 여러 종류의 복권이 있었다. 이 가운데 공익(公益)복권으로 대표적인 십층계(十層契)
라는 것이 있었다. 서당(書堂)을 운영하기 위한 비용이나 사찰의 증·개축비용, 교량개설, 사장(射場) 운용비용 등을 마련하기 위해 일정액의 복채를 팔아 조달하고 그 금액의 일부로 당첨금을 주는 도박성이 희박한 반공채 형태의 것이었다.

이러한 공익복권 말고도 사익(私益)복권으로는 산통계, 잡백계, 만인계, 천인계 등이 있었다. 일련번호를 매긴 복채를 팔고 추첨방식으로 당첨자를 정하는데 총 판매액의 20%를 물주가 챙기는 방식이었다.

조선시대 후기에 볼 수 있었던 ‘산통계’는 통 혹은 상자속에 각 계원의 이름을 기입한 알(구형물)을 투입한 후 그 통을 돌려 나오는 알에 의하여 당첨을 결정하는 것이다.

‘잡백계’는 작백계 또는 작태계라고도 일컬어지던 것으로 일정번호를 붙인 표를 100명 단위, 혹은 1,000명 단위로 팔고 추첨을 하여 총 매출액의 100분의 80을 복채금으로 돌려주는 것이다.

조선말에는 삼십육계(三十六契)라는 것이 크게 유행했는데, 이것은 당첨확률이 36분의 1이었다. 36명 단위로 연기지(緣起紙)라 불리는 복채를 팔아서 당첨된 사람이 30배를 차지하고 복권을 판 물주가 6을 차지한다. 이 삼십육계가 얼마나 유행했는지 전국 방방곡곡에서 이 복권으로 횡재를 노리다가 패가망신한 사람이 수두룩해서, 야반도주와 삼십육계 도주한 사람들만도 부지기수였다고 한다. 이 때문에 조정에서는 삼십육계 금령(禁令)을 내려 복권물주들을 단속했다고 한다. 그리고 확률이 늘 1/36로 정해져 있으니 그나마 안정적인 복권 형태라고 볼 수 있겠다.

십인계(十人契)란 즉석복권도 있었다. 10명이 1에서 10까지 숫자를 쓴 나무 조각을 바가지통에 넣고 흔들다가 하나를 꺼내는데 그 숫자가 미리 돈을 건 숫자와 맞는 사람이 9배를 챙기는 것이었다. 일제시대 발행된 복권들이 일부 발견되고 있으나 해방 이후 47년부터 49년까지 3년간 복권발행이 가장 활발했던 것으로 보인다.

전국 규모로 발행되기도 하였고 지방자치단체별로 발행되기도 하였으며 또한 학교 등 개별기관에서도 복권을 발행하였다.

 

이렇듯 복권의 기원은 조선 후기였으나 근대적 의미의 복권은 1945년 7월 일본의 통치권이 미치는 전지역에서 태평양전쟁의 군수산업 자금조달을 목적으로 승찰(勝札)이라는 이름으로 한 장에 10원, 1등 10만원, 총 발행액 2억원 어치의 복권을 팔았다. 그러나 이것이 일제강점기의 것이란 점을 감안한다면, 1948년 제14회 런던올림픽 참가경비를 마련하기 위하여 1947년 12월 대한올림픽위원회(KOC)가 올림픽후원권(1백원 짜리 140만 장)을 발행한 것이 공식복권의 효시라 할 수 있다. 그 후 1949년 10월에는 재해대책자금 조성을 위한 후생복표가 3회에 걸쳐 발행되었으며, 1956년 2월부터는 애국복권이 매월 1회씩 산업 및 사회복지자금 조달을 목적으로 정부에 의하여 발행되었다. 그 외에 특수목적의 산업박람회복권, 무역박람회복권 등이 종종 발행되었으나 모두 단명에 그쳤고, 1969년 9월 한국주택은행이 주택복권을 발행하면서 정기복권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1990년 9월부터는 대전국제무역박람회가 박람회의 기금조성을 목적으로 엑스포복권을 발행하였고, 체육진흥기금 조성을 목적으로 체육복권이 나오면서부터 즉석식 복권들이 발행되기 시작하였다. 2000년 1월 현재 8개 기관에서 15종의 복권이 발행되고 있다.

 

가까운 일본은 350년의 복권발행 역사를 가지고 있다. 다카라쿠지는 당첨금이 걸린 추첨권을 가리키는 말로 일종의 숫자 게임인데 우리의 복권과 비슷하다. 일본의 다카라쿠지는 모두 지방자치단체에서 발행하고 있으며 수익금은 모두 지방자치단체의 재원이 된다.

다카라쿠지의 기원은 에도시대의 富(とみ)くじ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절과 신사의 재건과 수리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발매된 것이다. 먼저 많은 양의 ‘富札(とみふだ 번호를 써 넣은 표찰)’을 발매한 후에 같은 양의 번호표(番號札 ばんごうふだ)를 상자 안에 넣어 작은 구멍을 뚫은 다음 그 구멍을 통해 뾰족한 송곳처럼 생긴 것을 찔러서 거기에 찍힌 것을 당첨된 것으로 했다. 당첨된 사람은 자신이 내고 산 돈보다 훨씬 많은 액수의 상금을 받고 나머지는 주최측의 수입이 되는 것이었는데, 당시 대단한 인기였다고 한다. 지금 같은

‘寶くじ’는 1945년 이후에 생겼는데, 일본 정부가 한 장에 10엔을 받고 팔았던 것이 시작이었다고 한다. 그 당시 상금은 1등이 10만엔이었으며 상금 외에 옷감이나 담배 등을 주기도 했는데 물자가 부족했던 때라 대단한 인기였다고 한다.

 

요즘은 상금이 1억 엔에 달하는 것도 있는데 세금을 떼지 않기 때문에 ‘寶くじ’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과 인기는 날로 치솟고 있는 추세이다. 중남미지역은 1800년대에 복권이 처음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특히 재미있는 것은 아르헨티나의 코토 배사 복권으로 국영복권, 주정부복권이 있는데 추첨하는 방법은 6∼15세 되는 소년, 소녀 합창단이 당첨번호와 당첨금액을 합창으로 발표하여 노래를 부를 때마 다 적어 놓았다가 끝나면 인쇄하여 배포하였다고 한다.

 

이처럼 고대 로마시대 때부터 시작한 복권은 오늘날 100여 국가에서 200여 기관이 발행하고 있으며, 국가의 기간시설 확충이나 의료·복지·체육·교육 등의 공익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1995년부터 여러 기관에서 10여 종이 넘는 추첨식·다첨식·즉석식 복권들이 최저 500원에서 최고 몇십 억 원의 당첨금을 걸고 발행되고 있으며 전화나 인터넷을 통해 직접 구입하고 확인할 수 있는 전자복권 등이 발행되고 있다.

 

복권은 공공자금을 모으기 위한 목적이므로 따라서 적당하기만
하다면 사실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 그러나 일확천금의 기대를 갖고 복권에만 매달린다면 사회 저변에 요행을 바라는 심리가 만연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리기도 한다. 내가 아는 이중에 복권을 많이 사본 경험이 있는 ─ 당첨된 경험과는 무관한 ─ 어떤 이는 이런 말을 한다. “복권은 최소의 비용으로 누릴 수 있는 최대의 꿈”이라고. 그래서 그는 일부러 긁는 식의 복권이 아니고 일주일을 내내 기다려야 하는 추첨복권을 산다. 그것도 많이도 아니고 2장 정도를 사서 지갑에 넣어 다니고 일주일 동안을 행복해한다.
그는 오늘도 내 옆자리에 앉아 복권을 책상위에 꺼내놓고 파르르 떨며 한 주일을 시작한다. 옆에서 보고 있자면 마치 애인달래듯 복권을 애지중지하는 모습이 참 우습기까지 하다.
늘 그렇듯이 곧 그 복권들은 구겨진채로 휴지통으로 들어가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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