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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속의 종이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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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ocutting Date : 2003/12/01  Hit : 4895  Recommend : 1176   
 나를 시험에 들게했던 시험, 그리고 시험지

추억 속의 종이를 찾아서...

나를 시험에 들게 했던

시험, 그리고 시험지...

시험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게 인생인가 보다.

유치원의 쪽지시험, 초등학교의 받아쓰기 시험, 중·고교에서의 성적과 입시시험, 사회생활의 취직시험과 승진시험……. 시험의 부작용과 관리의 공정성을 들어 가끔 ‘추첨’의 형태로 시험이 변화하기도 하지만 내내 그 의미는 같다. 알게 모르게 시험에 중독되어 있는 우리네 사는 모습이다.

비켜갈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어서 발버둥을 치던 어린시절의 시험에 관한 추억들을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제와 생각해보면 별 도움이 되지 못하는 벼락치기나 소위 ‘컨닝’(cheatting)을 위해 쏟아 부은 열정이 그 얼마이던가. 암기능력은 안되고 시험범위는 넓기만 할 때, 정말이지 땅 파고 들어가 숨고만 싶었다.

고입 또는 대입 입학시험은 너무나 가혹하기까지 하다. 그 시험을 위해 학창시절 내내 모의고사나 각종 성적반영 시험에 온 정신을 쏟아야만 한다.

일부러 쏟으려고 하면 멀리 달아나기만 하던 내 정신이여……

각종 시험이 있기 며칠 전부터 나는 늘 기도했었다.

오…… 나를 제발 시험에 들지 말게 하시길,

일단 시험에 들게 되더라도 문제를 미리 알려주시기를,

그것도 안되면 찍는 번호마다 정답이 될 수 있게 도와주시기를……

그러나 나의 기도가 이루어진 적은 맹세코 단 한번도 없었다.
 

대입을 하루 정도 앞두면 항상 시험지가 운송되는 장면이 TV에 비쳐지곤 한다.

삼엄한 경비 속에 시험지 상자가 고사장까지 배달되는 과정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노라면 ‘저거 한 장만 미리 빼서 볼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이 입시시험과 무관한 나이가 된 지금도 자꾸만 든다. 그런데 내게는 그와 관련되어서도 고민이 있었다. 만약에 시험지를 사전 유출해서 내 손에 쥐어진다 해도 과연 그 문제에서 정답을 구해낼 수 있을까, 그렇다면 최소한 며칠 전에 입수해서 여러 사람에게 정답을 물어봐야 하는거 아닐까……

지금 와서 생각하면 피식 웃음만 나오지만 그땐 비교적 진지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시험지를 미리 빼서 볼 수 있었던 시절이 내게는 있었던 것 같다.

중학교 때라고 여겨지는데, 우리 학교는 중·고교가 같이 붙어 있는 관계로 커다란 체육관을 중학생과 고등학생이 같이 공유해서 쓰고 있었다.

그 체육관 입구 옆에는 ‘등사실’이란 파란 팻말이 붙어있는 공간이 있었는데, 여기는 각종 시험지를 학생 수만큼 찍어내는 곳으로 이를테면 ‘시험지 공장’이라 할 수 있는 곳이었다.

무슨 공법인줄은 자세히 모르겠지만, 시험기간이 되면 선생님께서는 미리 얇은 특수한 군청색의 용지(뭐, 특수랄 것도 없겠지만)에 특수한 방법으로(주로 볼펜을 마구 사용해서 볼펜심의 앞부분에 있는 볼을 빠져나가게 한 볼펜을 사용하는 방법) 시험의 내용을 기록하였다.

그리고 그 군청색 용지를 동판 위에 대고 등사용 잉크를 매번 조금씩 묻혀서 그 위에 B4 정도 만한 아주 얇고 다소 조잡한 용지를 대고 로울러로 한번 밀면 종이에 그 내용이 고스란히 배겨나는 것이었다. 잉크가 많으면 시험지가 새카맣게 되어서 알아보기 힘들었고 반대로 잉크가 적으면 시험지 일부분이 안보이게 되기도 하였다.

이 일은 완전한 수작업으로서 학생 수만큼의 양질의 시험지를 생산하여야만 하는 입장에서는 보통 어렵고 힘든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선생님께서는 대체로 믿음이 가는 학생 한 둘을 평소 점지해 놓으셨다가 시험 때가 되면 은밀히 등사실로 불러서 등사 작업을 도와 달라고 하시는 때가 종종 있었다.

 

내게도 그런 ‘어명’이 떨어진 적이 한두 번 있었으니, 아~ 그 누가 있어 이 과분하고 가슴 떨리는 영광의 작업에 동참하게 된 느낌을 전할 수 있을까…… 겪어본 이들은 알겠지만 실로 가슴 벅찬 일이었다.

선생님께서는 등사된 시험지를 일일이 살피시며 인쇄상태를 점검하셨고 나는 무식하게 로울러질만 계속 해대고 있었다. 그 와중에 시험지를 쳐다보기란 다소 애매한 입장이어서 몇십 대 일의 경쟁률을 뚫고 등사실에 ‘입사’한 품위에 어긋나는 일이었다.

또한 힐끔 한두 문제를 쳐다보는 것만으로는 그리 대단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입사 프리미엄’을 최대로 누리는 것이란 결국, 잘못 등사되어서 휴지통으로 날아가는 종이 한 장을 어떻게 하면 챙겨와서 시험시간 직전까지 그 문제의 정답을 알아내는가 하는 것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별로 신통한 실적을 올린 것 같지는 않다.

눈치보며 휴지통을 쳐다보는 것도 힘들었고 일거수 일투족을 선생님의 감시에서 벗어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또한 중학교, 고등학교의 시험이 겹치게 되면 등사실은 혼잡하여서 휴지통에서 시험지를 주워온다 하더라도 엉뚱한 고등학교 시험지를 가져올 때도 있었다.

때론 늦은 밤에 철통같은 등사실의 보안을 뚫고 유유히 휴지통을 뒤져 혁혁한 전과로써 성적을 올렸다는 고등학교 선배들의 전설적인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잉크냄새 자욱하고 손으로 쓰윽 훔치면 기름때가 묻어나던 시험지는 원판 상태에 따라 안 보이는 부분이 일률적으로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래서 시험시간마다 “선생님! 몇 번 문제의 몇 번째 보기가 안보여요” 라고 하는 소리가 교실 여기저기에서 들려오곤 했다(물론 이 방법은 나중에 공공연한 컨닝의 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하였다. 즉, 안보인다고 하는 보기가 실제로는 정답임을 온 학생들에게 알려주는 수단으로도 쓰였다).

 

이 시험지를 채점하는 것도 상당히 즐거운 일이었다. 선생님께서는 방대한 시험지를 짧은 시간에 평가
하기가 어려워서 학생 한두 명을 교무실로 불러 채점하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었다. 채점하다 보면 가끔 기상천외한 답을 써놓은 답안지들도 보여 킥킥대고 웃기도 하고 ‘누구 누구는 몇점’을 외우고 있다가 반에 들어가면 아이들이 몰려와서 ‘나 몇점이야?’ 라고 묻기 일쑤여서 으쓱한 마음으로 선생님 대신 점수를 일러주던 때도 있었다……

지금은 OMR 카드가 각종 시험의 일반적인 답지 형태가 된지 오래이고 이마저 조만간 더 발전된 형식에 의해 사라질지도 모를 일이지만 시험이 있는 한 답지는 있어야 할 것이고 보면 퀴퀴한 잉크냄새 자욱하던 등사실에서의 각종 기억은 이제 당당한 시험의 역사에 한 면을 서서히 채워가고 있음에 틀림없다.

 

가끔 유년시절의 책들을 쳐다보다가 책갈피에서 우연히 마주치게 되는 낡은 용지의 너절한 모습의 시험지를 쳐다 볼 때면, 그 우스운 점수와는 상관없이 선생님들 저 마다의 개성있는 글씨체가 그대로 묻어나 있는 그 종이를 얼굴 가까이에 대고 텁텁한 냄새와 그 아련한 추억의 향기를 맡아보는 나를 발견하곤 피식 웃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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