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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속의 종이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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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ocutting Date : 2003/12/01  Hit : 4648  Recommend : 1168   
 아름답고 소중한 개인 역사서, 일기

추억 속의 종이를 찾아서...

아름답고 소중한 개인 歷史書(역사서)_일기

 

등학교 2학년 청소시간 때였다.

교실 청소 순서가 늘 그렇듯이 걸상을 책상 위에 올리고 짝꿍과 양쪽을 나란히 들고 뒤로 나른 다음, 1분단은 비질을 하고, 2분단은 걸레질을 하고, 3분단은 먼지를 털고, 4분단은 유리창을 닦는다. 청소시간엔 담임선생님도 오셔서 청소를 함께 하셨는데 청소가 거의 끝나갈 무렵, 선생님께서 양동이를 밑에 받히시고는 “손 좀 씻게 물 좀 따라줄래?” 하시며 주전자를 나에게 건네셨다. 난 주전자의 물을 적당히 조절하며 물을 따랐다. 그것뿐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선생님께서 나의 어깨를 툭 치며 “얘, 안 들려? 이제 그만 따르라니까!” 하시는 것이었다. 선생님께선 그만 따라도 된다고 서너 번 말씀 하셨다는데 난 전혀 듣지 못했다. 아니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그저 귀에 윙~ 하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종례가 끝나고 선생님께서 부르셨다. “아까 내 말 잘 안 들렸니?” “네, 그런 거 같아요.” “내일 어머니 좀 오시라고 할래?” 다음날 밭일을 하시다 말고 청소시간에 오신 어머니 덕에 그날 청소는 면할 수 있었다. 선생님께선 “얘가 갑자기 귀가 안 들린다고 해서 어머니께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서요. 참, 얘가 일기를 아주 잘 써요!” 그 한마디 말로 어머니는 내 손을 잡고 이비인후과에 다녀오는 길에 동네에서 가장 큰 수퍼(큰 수퍼라서 학용품도 취급했다)에 들러 일기장을 사주셨다. 그때 어머니가 주인 아주머니에게 하신 말씀을 기억한다. “그림 일기장 좋은 걸로 주세요, 글쎄 우리 딸이 일기를 아주 잘 쓴다네요.” 어머니도 참.. 선생님께서 그냥 하신 말씀인지도 모르는데…… 아무튼 난 그날 당시 최고로 좋은(최고라고 해봐야 최신 유행하는 만화그림이 커버로 된 정도, 매수가 좀더 많은 정도) 그림일기장 2권과 36색 크레파스를 갖게 되었다. 그전에 쓰던 24색 크레파스는 동생에게 물려주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일기를 더 열심히 쓰게 되었다.

 

일기 쓸 때 가장 고민스러웠던 부분은 바로 날씨였다. 해가 머리끝에서 쨍쨍 내리쬐다가도 금새 흐려지는 날이 있는가 하면, 해와 비가 숨바꼭질하듯 들락날락 할 때도 있어서 ‘맑음’ 또는 ‘흐림’이라고 써넣기엔 왠지 충분치가 않았다. 그래서 ‘오늘의 날씨 : 비 올 것처럼 먹구름만 잔뜩 끼다가 해가 나온 후 흐려졌음’ 늘 이런 식으로 써넣곤 했다. 또 그림일기장은 내용을 쓰는 칸이 깍두기처럼 일정하게 쳐있어 여간 신경 쓰이는 것이 아니었다. 그 칸이 부족해 늘 아래에 칸을 따로 그려서 간신히 일기를 마무리하곤 했다.
고학년으로 올라가면서 더 이상 그림일기를 쓰진 않았으나 나름대로의 고민은 또 있었으니. 다름 아닌 일기장 맨 아래에 ‘오늘의 착한 일’과 ‘오늘의 잘못한 일’이란 칸이 있어서 그것을 적어 넣는 것이었다. 그다지 착한 일 같지도 않지만 당시엔 엄마 심부름하기, 동생이랑 사이좋게 놀기, 청소하기…… 등등이 그 당시 착한 일의 주종이었다. 당연히 오늘의 잘못한 일은 ‘없다!’였다.

 

 

 

10년전의 일기를 꺼내보다....

오늘은 수업이 늦게 끝났다. 버스에서 내리니 정류장에 있는 ‘소망서점’이 오늘따라 늦게까지 문을 열어 놓고 있었다. 서점에 갈 때마다 읽고 싶은 책 목록을 들고 가지만 매번 엉뚱한 책을 사는 바람에 사지 못했던 소설이 생각났다. 벼르던 소설 한 권과 역시나 계획에 없던 이성복 시집 한 권을 사들고 나오다가 무심코 하늘을 바라보았는데 앗, 저건…… 별똥별! 별똥별이 떨어질 때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말이 생각났다. 난 서점 앞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고 별똥별을 바라보며 누가 들을까봐 조용히 소원을 빌었다. 원래 미신(?) 같은 것은 믿지 않지만 소원이 꼭 이루어질 것만 같아 괜히 기분이 좋았다.

집에 돌아와 언니에게 별똥별을 봤노라고 자랑을 했다. 언니는 ‘무슨 소원을 빌었어? 남북통일이라도 빈 거야?’ 하며 소리내어 웃었다. 그때 난 선뜻 대답할 수 없었다. 세계평화, 남북통일, 인류의 행복 등 거창한 것은 아니더라도 하다못해 부모님과 가족의 건강을 기원할 수는 있었을 텐데…… 난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도 아닌데 어쩜 나만 생각한 건 아닐까. 또 언제 별똥별이 떨어질지도 모르는데, 이렇게 개인적이고 소심한 소원을 빌다니, 난 왜 그 순간에 하필 그걸 떠올린 것일까, 난 정말 단순한 인간일까……

<1992년 4월 어느 날의 일기 중에서>

도대체 내가 무슨 소원을 빌었길래 이토록 괴로워했단 말인가.
십 년이 다 되어 가는 일기장을 들춰보니 그저 웃음이 난다. 별똥별 보고 기분 좋게 소원 빌고 나서 집에 돌아와 소심한 것을 빌었다는 생각에 혼자 후회하며 괴로워하다니. 더 황당한 것은 저렇게 스스로를 탓하면서도 도대체 내가 무엇을 빌었는지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쓰지 않았다는 것이다. 읽다보니 소원을 빌고 혼자 히죽거리며 골목길을 걸어갔던 그날이 어렴풋이 기억나는 것 같아 새롭다.

이렇듯 지난 일기를 꺼내보면 그 당시의 심리상태를 들여다 볼 수 있다. 일기는 그날 그날의 사건을 기록하는 것일 뿐 아니라 자신을 들여다보고 또는 드러내는 성장의 밑거름이기 때문이다. 또한 일기는 자연스럽게 글쓰기 실력을 키울 수 있는 최상의 학습법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이 ‘일기는 그날 있었던 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 중에 딱 한 가지만 골라 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기를 안 쓰는 사람들의 변명 중에 하나는 ‘특별하게 기억에 남는 일’이 없었다는 이유를 댄다. 하지만 딱히 특별한 하루가 아니더라도 하루의 일과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순서대로 그때의 분위기, 상황이나 느낌을 썅 내려가도 상관없다. 일기는 절대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린 어린 날 얼마나 많이 일기에 스트레스를 받아왔는가. 선생님이나 부모님이 검사한다는 생각에 비밀을 털어놓고 싶지도 않고, 오로지 검사용 일기를 위해 형식적으로 써본 기억들이 있을 것이다. 이것이 또한 일기에 거부감을 갖게 하는 이유가 되었으니……


가까이 지내는 친구 M은 초등학교 때 받은 충격으로 지금까지 일기를 쓰지 않는다. M의 얘기로는 평소 일기쓰기를 강조해오시던 선생님께서 숙제로 일기를 써오라고 하신 다음날, 검사한다며 모두 내라고 하셨단다. M은 선생님께서 자신의 일기를 읽는다는 것이 몹시 부담스러워, 일기를 쓴 것은 확실하니 자신의 일기장은 안 걷어가도 된다고 우겼던 모양이다. 선생님께선 숙제검사 일뿐이라며 M의 일기장을 걷어 가셨다. 그리고 다음 날, M이 돌려 받은 일기장엔 앞뒤 문맥이 안 맞는 내용을 모두 빨간 펜으로 고쳐져 있었다. 거기다가 일기를 읽은 선생님의 짧은 소감까지 곁들어 있었다고 한다. 그 후로 M은 일기에 흥미를 잃어버린 것 같다고 고백했다. 아무리 숙제검사라 하더라도, 문맥이 뒤죽박죽이어서 도저히 읽을 수가 없더라도 지극히 개인적인 일기에 개입하는 것은 아무래도 감시를 받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가 없을 것이다.

나도 고등학교 시절 한때는 누가 읽을까봐 열쇠로 잠구는 일기장을 사용했었다. 누군가 읽을 수 없어 좋았지만 그 열쇠를 잃어버릴까봐 늘 노심초사했었다. 아니나 다를까. 정말 열쇠를 어디다 뒀는지 찾지를 못해 끝내 자물통을 부숴버린 적도 있었다. 또 그때는 ‘교환일기’라는 것이 유행이었다. 친구와 한날 한시에 일기장을 사서 각자 일기를 쓴 후, 한 달 후에 교환을 한다. 그리고 릴레이처럼 친구가 쓴 일기에 이어 나의 일기를 쓰는 것이다. 친구와 일기장을 공유한다는 것은 서로 비밀을 공유한다는 무언의 약속인 것이다. 감수성이 예민했던 사춘기시절엔 그런 식으로 우정을 돈독하게 하곤 했다(교환일기를 쓰던 중에 서로 절교하는 애들도 간혹 있었다. 일기장에 서로 같은 선생님을 짝사랑한다는 내용을 썼던 친구들이 바로 그 예이다).

 

일기가 모이면 개인의 역사가 된다. 일기는 훗날 스스로 돌아보면서 그 참된 가치를 소중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요즘 인터넷 써핑을 하다보면 일기장 프로그램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 볼펜보다는 키보드에 점점 익숙해져 가는 요즘엔 예전처럼 일기장에 일기를 쓰는 사람들은 학생 아니고서는 많이 없는 듯하다. 컴퓨터에서 일기를 써보는 것도 시대에 맞는 방법이라면 방법일 수 있겠다.

 

혹 ‘안네의 일기’를 읽어보았는지.

나치의 눈을 피해 한 조그만 아파트에 숨어 있다가 결국은 나치의 손에 목숨을 잃고 만 13살의 유태인 소녀. 2차 대전 당시 게르만 민족주의를 내세운 히틀러가 유태인을 모두 죽이려고 했을 때 안네의 식구들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골방에 살고 있었다. 한 발자국도 밖에 나갈 수 없는, 아주 작은 소리조차도 낼 수 없는 지옥 같은 골방 생활에서 안네는 계속해서 일기를 쓰고 있었다. 결국 안네의 식구들은 독일군에게 발각되어 강제 수용소에서 죽음을 맞이해야 했다. 죽기 전 그녀의 일기에는 이렇게 쓰여져 있다. “그래도 난 믿는다. 사람의 속마음은 선하다는 것을.”

‘안네의 일기’를 남긴 안네 프랑크처럼 후세에 기릴 일기는 아닐지라도 저무는 오늘을 반성하고 내일에 대한 기대감으로 하루하루 삶의 흔적을 남겨 보는 건 어떨까.

다시 돌아오지 못할 오늘 하루의 흔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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