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커팅의 인디아고고

여행을 떠나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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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cutting

Date : 2003/11/04 Hit : 4166 Recommend : 1183

인도코끼리 방귀 뀌는 소리

처음 인도에 가겠다고 말했을 때 오빠가 이렇게 말했다.
"인도코끼리 방귀 뀌는 소리 좀 하지마!"
그랬다. 가족들의 반응은 한마디로 '말도 안 된다!!' 였다.

왠 인도??
멀쩡히 회사 잘 다니다가 갑자기 회사를 때려 치고 생뚱맞게 왠 인도타령이냐는 것이다.
그럼 회사는 어떡하구?
돈 착실히 모아서 시집갈 생각은 안 해?
유럽 같은 선진국도 아니고 왜 하필 지저분한 인도를?
올 한해 동안 2번이나 해외 나갔다 왔으면 됐지, 또 뭐가 부족해서?
인도를 간다는 행위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이었다.

도대체 왜 가려고 하는 것이냐.. 왜? 왜? 왜?
- 가고 싶으니까...
이 대답은 우리 가족들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가야만 한다고 우기는 나에게 처음 엄마는 목소리 높여 큰 소리로 화를 내셨다.

난 서른이 되면서 내 앞에 무언가 새로운 인생이 펼쳐지리라.. 막연히 그런 느낌이 들었다.
깃털처럼 가벼워지고 다람쥐처럼 활기차지리라고 까지 생각하진 않는다.
다만 나의 내일은 오늘 보단 좀 더 의미있고 진지한 시간들로 채워질 것이라고 믿는다. 아니 믿고 싶다.
그런 믿음 속에 까닭 모를 흥분.. 거기에 약간은 떨리고.. 묘한 전율까지 감도는 그런 하루하루.....
누구도 나를 살얼음판 위로 내몰진 않았으나 난 왜 위태위태한 느낌을 갖는 것일까.
이런 30대의 시작에서 나는 나를 좀 더 오도마니 내버려두고 싶어졌다.
그러다 문득, 언젠가 아주 희한한 느낌을 경험했던 때가 생각났다.
여행 중에 주위에 아무도 없고 외롭고 쓸쓸했을 때
'넌 지금 여기서 뭐하고 있니?' '좋았어' '잘하고 있어, 힘내.'
그리곤 내 스스로 깜짝 놀랐다. 내가 내 안의 나에게 말을 하는 구나..
아주 솔직하고 진지하게 내가 나에게 말을 한다. 때론 격려를, 때론 꾸지람을, 때론 걱정을...
그때 아.. 여행을 통해서 비로소 내가 나를 만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나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방법으로 난 여행을 택한 것이다.

그리고 몇 년 전 교보에 갔다가 보게 된 한 장의 파노라마 사진.
노을이 지는 갠지스 강가.. 저 멀리에 둥둥 떠내려오는 타다만 시체. 그 위엔 까마귀가 날아다니고..
그 앞에선 갓난아기를 목욕시키고.. 그 아래에선 한 여인네가 빨래를 돌에 치고....
누구는 죽어서 시체가 되어서 까마귀밥이 되어 가는데, 누구는 이제 막 태어난 것을 기념하는
의식을 치르고, 그 옆에선 먹고 살겠다고 그 물로 빨래를 하고....

어떤 환상이나 가치관 같은 것도 없었다. 그저 멍할 뿐이었다.
그때부터 인도에 이끌렸고 그래서 이번 여행지를 인도로 택한 것 뿐이었다.

이런 모든 것들이 인도코끼리 방구 뀌는 소리에 지나지 않는 걸까....
어렵게 고민하다 지난 추석에 나의 결심을 가족들에게 털어놓았다.
내 덕분에 추석날은 물론이고, 그 이후 우리 집 분위기는 아주 쑥대밭이 되었다.
모두 다 내 탓이다.....다.........다........다........................

2001. 10.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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