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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ocutting Date : 2003/11/30  Hit : 4111  Recommend : 871   
 카쥬라호에서
          
어젯밤 론니플래닛에도 나와있지 않는 어떤 이상한 동네에 들렀다가
우여곡절 끝에 버스를 19시간 타고 오늘 카쥬라호에 도착,
슬리퍼 버스도 아니고 로컬 버스타고 19시간을 달려보기는 생전처음.
(두번 다시 이런일은 없어야 한다! 두번 다시는!)
덕분에 아직까지 허리와 다리가 잘 펴지지 않고.. 쩝.

어제 카쥬라호로 오면서 일찌감치 빈 버스에 올라가
배낭을 선반에 칭칭 감고 있는 나를 보고,
운전기사 아저씨 세분이(장시간이라 서로 돌아가면서 운전) 날 보고 씩 웃는다.
나도 겸연쩍어 히죽 웃으니까 "굳~!"이란다.
당연하지, 잃어버리면 나만 손해지..

어디서 왔냐, 가족은 어딨냐, 혼자 여행다니냐.. 이것저것 물어보드니만
안되보였는지 대견(?)해 보였는지 짜이를 한잔 사주신다.
그리고 내 자리가 창옆도 아닌데 창가자리 사람보고 바꿔주라고 하시고,
휴게소에 들를때마다 나를 깨워 화장실을 알려주고 짜이도 사주고 과자도 사주신다.
이 사람들의 친절은 무엇인가.. 해석하지 말자.
나쁜 느낌이 아니다.
내리는 휴게소마다 계속 먹을거 사주시고 난 쫄레쫄레 따라다니며 얻어먹고..^^;
휴게소에 내려서 난 따로 테이블에 앉으려고 해도 그 기사아저씨들이 나를 부른다.
"헤이 베이비~ "
그러면 그 아저씨들이 휴게식당에서 돈을 내지 않고 먹듯이 얼떨결에 나도 껴서
돈을 안 내고 먹는다. 아니 돈을 내려고 해도 아저씨들이 내지 말라고 하신다. 히히~
짜이 4잔에 라면땅 같은 과자 2봉지, 환타 1병, 다 공짜다. ^^
그리고 걱정하지 말라고 하신다. 걱정?? 안하는데.....
잘 달리던 차가 펑크났다.. 아저씨들이나 걱정하세요. 쩝..
자다가 모두 깨어 새벽 3시에 길가에 차를 세워놓고 별을 보던 그 숱한 시간들을 어찌 다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아무튼 그 친절한 아저씨들은 챠타르푸르라는 곳에서 이 곳 카쥬라호행 차도 잡아서 흥정해주시고..
악수를 건네며 여행 잘하라고 등을 토닥거려주신다.
그리고 카쥬라호로 오는 차안..
무쏘 같은 것을 변형한 차량인데 운전석과 옆자석, 그리고 뒤엔
세명씩 앉는 의자가 2개, 총 8명이 앉을 수 있는 좌석에 17명이 낑겨서
1시간을 달렸다. 흑.. 완전히 세상에 이런일이에나 나올듯한.

내 옆에 앉아있는 남자, 보팔에서부터 챠타르푸르까지 계속 같이
온 남자인데 생긴 것을 보고 네팔이나 일본쯤으로 생각했다.
차를 타는데 날 보며 한마디
"한국인?" 얼떨결에.."네.."
"아저씨들이 되게 이뻐하대?"
"예??"
"휴게소마다 챙겨주던데?"
"아.. 그러게요. 안되보였나보죠"
그런데 이남자, 왜 나에게 반말하는 것이지? 음.. 내비두자 피곤하다.
아무튼 한마디 말도 없이 꾸벅꾸벅 졸다보니 카쥬라호에 도착,
역시나 릭샤왈라들이 따라붙으며 호객행위가 시작되자, 그 반말사내가 나보고 숙소 정했냐고 물어본다.
"정했는데요. 전 걸어갈 거예요.."
"내가 릭샤비 내줄께, 타고 갑시다!"
흑.. 릭샤비 없어서 걸어다니는 애처럼 쫀쫀하게 보였나? 삐끼들이 귀찮아서 걷는건데.....
"숙소를 어디다 정했나?"
"근데 왜 아까부터 반말이죠?"
"아.. 그랬나? 미안"
"미안?? 말을 짧게 하시네요."
날도 더워죽겠는데 별게 다 신경 쓰이게 하는 군..
"전 걸어서 갈거예요. 정한 숙소로 가세요"
"마땅히 정한데 없어요. 나도 같이 가요"
그때부터 줄줄 따라온다. 오던지 말던지..
아무튼 숙소에 짐풀고 빨래를 죄다 해 널어놓고, 오늘 일정은 여기까지..
너무 힘들어 내일 돌아다녀야 할 듯.. 저녁을 먹으려고 하는데 비가 주룩주룩 온다.

카쥬라호는 참 이상야릇한 곳이다.
곳곳에 한국 간판이 많이 있다. 총각식당, 아씨 식당..
그동안 굶은거 보신 좀 하려고 총각 식당을 찾았는데
그 곳에 있는 방명록을 보니..

"카쥬라호에 와서 한국음악을 들으며 강을 내다보니 참 마음이 허무하고 쓸쓸하다. 내가 찾는 그 나쁜 여자는 여기 방명록에도 없다. 그녀는 지금쯤 인도 어디쯤에 있을까. 그녀를 짙아나선 내가 무모한 것일까.."
여자를 찾아나선 간절한 남자의 글귀도 있고

"이제 한국에 돌아가면 당신을 웃으며 보낼 수 있을거 같아요.
많이 사랑했는데 보낼 수 밖에 없다는 현실이 슬프지만,
인도여행이라는 선물을 받았으니 당신을 기쁘게 보내야겠지요.. -서울 노처녀 "
라는 안타까운 사연도 있고,

"지금쯤 엄마는 내가 서울에 있는 줄 알고 있겠지?
내가 인도에 있다는 걸 알면 패 죽일 것이다. 흑흑.. 엄마 용서해.
등록금으로 인도 왔어. 내가 좋은 선물 사갈께"
겁대가리 상실한 어느 대학생의 엽기적인 글도 있다..

이은미의 '어떤 그리움', 조정현의 '그 아픔까지 사랑한 거야',
조관우의 '모래성', 그리고 김민우의 '어색해진 짧은 머리를 보여주기 싫었어~ ' 이렇게 시작하는 노래가 정말 쓸쓸하게 흘러나온다.
날도 더워죽겠는데 늘어진 테잎속의 저 노래들이
정말 사람 마음 이상하게 만든다..

카쥬라호에서..

음.. 캬쥬라호는 정말 이상한 곳이다.



[nocutting ] - 2002년 07월 17일 오후 8시 40분에 남기신 글  

* nocutting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14-06-08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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