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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ocutting Date : 2003/12/01  Hit : 4303  Recommend : 898   
 비오는 콜커타
          
지난 밤 바라나시에서 콜커타(옛이름.캘커타)행 밤기차를 탔다.
언제나처럼 가장 싸구려 침대칸, 맨 위 배드.
음.. 3번이다. 바로 통로 옆이자 화장실 옆.

사람들이 왔다갔다 하는 통에 정신없고 냄새까지 고약해
일찍 자려고 누웠는데 옆 배드에 누운 남자가 뚫어져라 쳐다 본다.
태연하게 책을 읽다가 다시 고개를 돌려보니
음.. 계속 쳐다보고 있다. 부담스러운 시선..
낮 같으면 한번 씨익 웃어주겠는데 밤이니까 못 본척 외면..
배낭은 침대 선반에 묶고 보조가방은 옆으로 맨 채로 잠들었다.

아침 6시. 세수하려고 아래로 내려가니

오 마이 갓! 샌달이 없어졌다.

크흑. 정말 골고루 한다.

주변사람들에게 내 신발을 봤냐고 물어보니 아무도 모른단다.
한 아저씨가 자기를 쳐다보라더니
신발을 천정에 붙어있는 선풍기 위에서 꺼낸다.
자기전에 선풍기 위에다 살짝 올려놓았단다.
아.. 저렇게 하는 거군. 쩝..

가뜩이나 지저분한 바라나시 덕에 눈다래끼까지 나서
앞이 잘 보이지 않는데다가 콜커타에 내리니 비까지 내린다.
왠 비가 이렇게 오냐..
판쵸의를 꺼내 입고 맨발로 배낭을 메고 빗속을 첨벙첨벙..
발목까지 차는 도로, 우왕좌왕하는 사람들, 빵빵거리는 경적소리,
빗물위로 소똥이 둥둥 떠내려오고 비맞은 쥐들이 여기저기서 불쑥불쑥 나타난다.
발가락이 간지럽다는 생각이 들면서 한발짝도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다.
아니 움직이기 싫다. 이대로 이 빗속에서 멈춰버렸으면...

일단, 신발을 하나 사야겠는데 지금 내 상태로는
어느 가게에서도 신발을 신어보라고 할 것 같지 않았다.

맨발로 택시를 잡아타고 일단, 숙소까지만 가자.
이왕이면 한국인들이 많이 머문다는 파라곤으로 가자.
게스트하우스에 들어가자 마침 테이블에서 짜이를 마시고 있던 한국인들이 나를 보더니 놀란다.
신발은 어디다두고 맨발로 다니냐고, 어디서부터 맨발로 왔냐고..
기차에서 일어나 보니 없어졌대요...
난 마치 남얘기 하듯, 약간은 머쓱하게 웃으며 슬리퍼를 하나 빌려 신고 시내로 나왔다.

그런데 이상한 걸 하나 발견했다.
왜 짜증이 안나는 걸까?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이 드는 것은.. 비가 와서 아무도 내가 맨발인것을 눈치채지 못했다는 것..
그리고,
내 샌달 그렇잖아도 찢어진거라 가져가도 얼마 못 신을텐데.. 하는 생각 뿐.

내 자신이 조금 신기하다... 내 생각이 변하는 걸까.


작성자 [ nocutting ] - 2002년 07월 22일 오후 7시 32분에 남기신 글
* nocutting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14-06-08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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