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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ocutting Date : 2003/12/01  Hit : 4488  Recommend : 1087   
 준비되지 않은...

아침부터 부지런을 떨어 5시에 기상,
마더 테레사 하우스에 갔다.
미사 중이다.
문 앞에 쭈그리고 앉아 미사가 끝나길 기다렸다.

6시 45분.
문이 열리고 수녀님들이 분주히 식빵과 짜이, 바나나를 내놓는다.
자원봉사자들이 하나 둘 씩 모인다.
바나나 2개 짜이 한잔, 빵 한조각을 뜯어먹고
각자 원하는 봉사 구역으로 조용히 흩어진다.

봉사구역은 5개로 나뉜다.
깔리갓 - 죽음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집
프렘단 - 병들고 아픈 노인들의 집
슈슈바반 - 버려진 아이들의 집
샨티탄 - 감옥에 수용되었거나 정신적인 충격을 받은 여자들의 집
그리고 한 곳은 기억나질 않는다..

자기가 원하는 곳으로 자유롭게 이동하면 된다.
깔리곳으로 가야지 맘 먹고 버스를 탔다.
7시 45분 도착.
깔리곳에 도착하니 마치 전쟁영화에서처럼 침대가 주루룩 있고
부상병들이 누워 신음을 하듯이 그렇게 노인들이 누워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각각 격리시켜두었는데 여자들은 할머니들을,
남자들은 할아버지들을 도와드릴 수 있다.

일은 시키는 것이 아니라 모두들 자기가 일을 찾아서 해야 했다.
도착하자마자 침대커버를 모두 벗기고 빨래를 하고
목욕을 시키고 옷을 갈아입히고 약을 먹이고 밥을 먹이고 설겆이를 하고...

할머니들은 마치 어린애 같다.
내가 찾은 일은 할머니들을 목욕을 시키고 옷을 갈아입히는 것.
옷은 한가지, 모두 똑같다. 무릎까지 내려오는 반팔 긴 원피스..
디자인은 똑같고 색깔만 다른데 할머니들은 더 예쁜 옷으로 바꿔달라고 투정이다.
팔과 다리는 가죽만 남고, 제대로 걷지도 못해 기어다니면서도
색깔 고운 옷으로 바꿔달라고 어찌나 어리광이 심한지..
입혀드리면 옷을 막 벗으려고 하시고, 다른 옷을 손가락질 한다.
일일이 맘에 드는 옷으로 바꿔서 입혀드리는데 수녀님이 지나가면서 나에게 한마디 한다.
몇시간 지나 또 옷을 버려서 옷 갈아입혀야 하니 그냥 아무거나 입히라고..
그래도 할머니들은 예쁜 옷만 고르신다...
마음이 찡했다.
상태를 봐서 곧 떠나실 기미가 보이는 분들에겐
분홍색, 노란색 화사한 옷을 입혀드렸다..

할머니 한 분은 일어나 앉기 조차 어려워 구석에 누워만 계신데
밥은 커녕 약도 제대로 삼키지 못하신다..
그래서 자꾸 들여다보면서 가끔씩 물을 갖다가 입만 적셔드렸다.
그 앞을 왔다갔다 하는데 내가 눈에 익었는지
내 앞치마를 그 힘없는 팔로 잡아당기신다.
다가가니 눈에 눈물을 흘리신다.
그리고 두 팔을 벌리신다. 안아달라는 듯하다.
할머니를 안았는데 그 말 못할 오래된 냄새..
그러면 안되는데 울어 버렸다.
수녀님께서 곧 가실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어제는 봉사하시던 수녀님 한분께서 말라리아에 걸리셔서
돌아가셨다.
오늘 장례가 있을 거라고 하셨다..

웃는 모습이 너무 예쁜 내 또래의 수녀님 "샬리리"..
나보고 숙소에 돌아가서 옷을 모두 깨끗이 빨아널고
깨끗이 씻으라고 주의를 주신다.
전염되지 않도록..

숙소에 돌아와 오늘 봉사하면서 입었던 옷들을 빨래 하는데 알 수 없이 마음이 슬퍼졌다.

우리는 모두 죽음을 앞두고 있지 않은가.
다만 준비가 안되었을 뿐..

그들도, 나도, 당신도... 그 누구도..


작성자 [ nocutting ] - 2002년 07월 23일 오후 8시 15분에 남기신 글  

* nocutting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14-06-08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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