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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ocutting Date : 2003/12/01  Hit : 4127  Recommend : 881   
 Good bye India
          
문득 영화 '리빙 라스베가스'가 생각난다.
라스베가스를 떠날 때 니콜라스케이지의 술에 쩔은 모습이..
지금 인도를 떠나온 나의 모습은 어떨까 궁금해진다.
일주일 전, 인도여행의 마지막 패를 전부 걸었던 구와하티에서
30시간 기차를 타고 고락뿌르에 새벽에 도착,
오전중에 지프를 집어타고 소나울리로 이동, 뒤도 한번 돌아보지 않고
인도를 떠나 네팔국경을 넘었다.
국경을 통과하자마자 근처 식당에 들어가 맥주 한병을 시켜놓고
밤이 되기를 기다려 심야버스로 7시간을 달려 히말라야가 우러러보이는
네팔 포카라에 도착했다.
달리는 버스 안에서 많은 생각들이 겹쳐왔다.
3월달에 인도에 와서 9월에 인도를 떠난다니..
6개월간의 배낭여행. 참으로 긴 시간들이었다. 일단 철수.

때로는 기쁨에, 때로는 외로움에 울기도 많이 울었지만
이 모든 것들은 영원하지 않았다.
아침이 밝아오면 난 또 배낭을 꾸리고 길을 떠나야 했으므로..
여행 막바지에 이르러서는 잃은 것은 눈에 확연히 보이는 반면,
얻은 것은 실체가 보이지 않아 많이 답답해하기도 했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여행중에 내가 가장 많이 들은 말은
"You are very lucky!"
Lucky라.. 지금 생각해보니 실제로 그랬다.

첸나이에서 돈을 잃어버렸다가 어디 다친 곳 없이 고스란히 돈을 찾기도 했고,
콜커타로 가는 기차에서 신발을 잃어버렸을 땐 다행히 비가 내려
아무도 내가 맨발로 걷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그렇게 가고 싶었던 타르사막에서 맘껏 뒹굴며 침낭 속에서 잠을 자기도 했다.
기차표가 매진일 땐 신기하게 웨이팅 넘버 1번에 걸렸었고,
혹 표를 구하지 못했을땐 사정사정해서 운좋게 기차를 타기도 했다.
또 외로움이 절정에 달할 때 쯤엔 늘 맘이 통하는 친구를 만났다.
그들을 통해 난 현상을 보는 법을 배웠다.
"있는 그대로, 지금의 모습으로 바라보기"
나 역시 그것을 원했고 그들 또한 나를 지금의 모습 그대로 봐주었다.
한국에서 뭘 해먹고 살았는지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사막사파리를 하고 헤어질 때 내 손에 100달러를 꼬옥 쥐어주며 한국음식이
먹고 싶을 때 사먹으라며 안아주었던 엄마같은 영례언니,
그리고 강림씨..그녀는 나에게 특별했다. 남인도를 도는 중에 그녀를 처음
함피에서 만나 다시 델리에서 우연히 만나기까지 총 5번을 만난 친구.
헤어질때 마다 우린 아쉬움에 서로 편지를 주고 받곤 했었다.
그녀가 궁금해질땐 우린 기가막히게 다시 만나지곤 했다.
두바이에 다녀와서 허겁지겁 델리를 떠나려고 여기저기 알아보고 다닐때
그 혼잡한 길거리에서 그녀가 먼저 나를 알아보곤 달려왔다.
우리 둘다 모두 그날 델리를 떠날 생각이었으나 반가움에 하룻밤을 함께
보내기로 하고 난 나의 남은 시간과 돈을 몽땅 털어 좀처럼 가기 어려운 곳
아쌈으로 가겠노라고 말했다.
다음 날 아침, 밤새 그녀에게 썼던 엽서를 내밀자 그녀 역시 나에게 편지를 건넸다.
택시안에서 열어보니 장문의 편지와 3,000루피라는 큰 돈..
네팔까지 가면 돈이 부족할 거라며 보태쓰라는 그녀의 마음에 또 한번 울고..
같은 여행자끼리 선뜻 돈을 준다는 것이 결코 쉽지많은 않음을
나는 잘 안다.
그리고 여행중에 잠깐 들렀던 두바이 지니님 댁..
너무너무 귀여운 연수와 윤수, 가끔 연수와 윤수가 보고싶을땐
카메라에 저장된 사진을 꺼내보곤 한다.
램프언니와 밤새 얘기하며 홀짝 거리던 하이네캔..
빈둥거리며 놀다가 염치없이 용돈까지 받아서 다시 인도로 돌아왔다.
한국을 떠날때도 친구들이 여행에 보태라며 돈을 주곤했었는데
이번 여행중에도 돈을 받는(?) 여행이 되기도 했다..

그리고 Rupak.. 마날리에서 레로 가는 길에 만났던 인도 친구,
손을 벌리면 잡힐 것만 같던 그 별들을 같이 보았던 친구,
아쌈에서 다시 그 친구를 만나고 그 집에가서 돈 한푼 안내고 먹고자고
몇일을 보냈다.
그의 가족들은 진심으로 날 대해주었다.
Rupak의 어머니는 인도의 엄마라고 생각하라며 내 머리를 빗겨주곤 했다.
몸에서 조금 열이 났었을땐 그 집에 의사가 둘이나 있는 관계로
극진히 대접을 받기도 했다.
그의 집을 떠나기 전날 밤, 그의 어머니는 한국의 나의 어머니에게 갔다드리라며 선물을 주었다.
나 역시 어설프게 힌디로 쓴 카드와 성의껏 준비한 선물을 드렸더니
돈도 없는데 왜 이런걸 다 샀냐고 혼을 내셨다.
막상 떠나는 날, Rupak의 어머니를 보지 못했다.
네팔에 잘 도착했다고 전화를 드렸을때에서야 알았다.
내가 떠나는 날 나의 건강한 여행을 위해 남갈에 기도를 하러 가셨다는 걸..
이 외에도 기차에서, 길에서 만났던 많은 한국인 친구들과 인도인 친구들..
그리고 나를 떠나지도 버리지도 않으리라 약속하셨던 주님은
인도에서도 늘 나와 함께 해주셨다.

비록 인도에 온 이유를 알지 못한 채 인도를 떠났지만,
이젠 그런 이유따윈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왜냐면.. 골치아프니까..

지금은 죽어도 다시 인도에 가고 싶지 않다고 말하지만,
곧 아마 난 인도가 그리워질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인도가 아니라 인도에서 내가 만났던 사람들..
그들의 건강과 행복을 진심으로 바랄 뿐이다.


마치 긴 꿈을 꾸고 난 기분이다.

2002. 9. 8.
안나푸르나가 우러러보이는 네팔 포카라에서..



작성자 [ nocutting ] - 2002년 09월 08일 오후 10시 52분에 남기신 글


* nocutting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14-06-08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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