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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ocutting Date : 2003/12/01  Hit : 4589  Recommend : 1057   
 체인망으로 된 섬에서 가장 자유로운 자.
내가 아는 한 녀석이 있는데.. 대학교 3학년..
이얼싼쓰.. 중국어를 전공하는 친구다.
내가 이 녀석을 처음 만난 건 인도 여행에서 돌아와 잠시 머물던 방콕 카오산의 한 도미토리에서 였다.
그때 나는 장기여행으로 지친 몸, 아니 몸보다는 마음을 추스르지 못해 심한 우울모드 상태였다.
인도외엔 구원이 없다고 생각했던 나는 태국의 모든 것이 시들해져 도미토리에 박혀 잠만자고 있었다.
그때 내가 인도에서 온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몇 마디 물어볼게 있다며 조심스럽게 말을 건넨 친구..
얘기를 하다 당분간 가까운 섬으로 쉬러 가야겠다는 나의 생각과 그녀석의 인도 티켓이 늦춰진 관계로 우린 책을 몇 권 싸들고 섬으로 떠났다.
첫인상은 영낙없는 서울깍쟁이 같았는데 아무거나 가리지 않고 먹어대는 식성이 마음에 들었다.
내 기억으론 특히 바나나팬케잌과 빵을 몹시 좋아했던 것 같다.
섬에서는 아무 것도 안하고 바다 보이는 파라솔에 누워 책만 읽었다.
아, 어느 날 저녁에는 둘이 바다에 들어간 적도 한번 있었다.
아무튼 섬에서 돌아온 후, 다시 인도 콜커타에서 그 녀석을 만났다.
인도에 도착한 첫날밤 꼬셔서 함께 인도영화를 보러갔다.
옆자리에 앉아서 웃겨 죽겠다고 깔깔대던 그 녀석을 콜커타에 남겨두고,
비 거세게 퍼붓는 날 나는 다질링으로 떠났다.
그리고 며칠이 지난 뒤....... 늦은 밤 다질링 어느 식당에서 우연히 만나 반가움에 또 며칠 훌라를 하면서 보냈다. 같이 훌라를 하던 그 신학생은 잘 있는지 갑자기 궁금해진다.
그리고는 다시 만나기로 한 시킴 강톡의 어느 곳에서.....우린 아주 살짝 빗겨가는 운명으로 만나지 못했다.

그리고 6월의 서울,
밤 10시가 가까워 오는 한 밤중에 불쑥 전화해 만나자고 했더니만, 선뜻 뛰어나온단다.
약속장소에서 기다리면서 얼마나 변했을까. 6개월만인데.....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일까.
약속장소에서 서성이고 있는데,..... 오호.. 펀자비를 입은 한 여자가 맥도널드에서 걸어 나온다.
그 여자의 뒷모습을 넋 놓고 바로보고 있는데 그 여자의 어깨를 스쳐가면서 그녀석의 얼굴이 다가온다.
“저기봐. 펀자비.....”
오랜만에 만나는 날, 펀자비를 입은 인도여자를 우연히 보게 되니 감회가 새로웠다,
손에 무언가를 주섬주섬 들고 있었다.
인도 사진을 보여 달라고 했더니만........ 앨범을 통째로 가지고 나와 버린 대책없는 녀석.
한국생활이 언 컴프터블한건지 대학생활이 빡쎈건지...... 많이 야위었다.
뭔가를 주섬주섬 꺼낸다.
선물이라고 한다. 그 선물 안에는 내가 부탁했던 인도영화 CD가 있었다.
여행 중에 정신없어 사지 못한 영화CD를 부탁한 적이 있었다.
기특하게 그걸 사온 것이다..

여행 중에 경비를 쪼개 CD를 사왔을, 그리고 여행 중에 계속 짐이 되게 그것을 가지고 다녔을 생각을 하니 택시비랍시고 2만원 건네주기가 손이 부끄러웠지만.....할수 없다. 2만 5천원 밖에 없었으니.

<20자로 기록하는 나의 인명사전>에 그 녀석은 이렇게 기록되어 있다.

김민선 - 체인망으로 된 섬에서 가장 자유로운 자.


작성자 [ nocutting ] - 2003년 06월 17일 오전 01시 41분에 남기신 글
* nocutting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14-06-08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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